유니시스 철수 ‘후폭풍’... 국내 고객사들 난처
2010년 03월 06일 17:26:31 /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남아있는 100여개 고객 지원 불분명…올해에도 2군데 고객사 확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달 24일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지사 철수를 발표한 한국 유니시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100여개의 고객사에 대한 지원체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유니시스 노조는 고객 및 직원에 대한 후속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철수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황변화는 없다.
앞서 한국유니시스 측은 철수 이후에도 유니시스 기종의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제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한 바 있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
한국유니시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메인프레임 2개 고객을 포함해 고성능 x86 서버인 ES7000 등 약 100여개의 고객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차후 서비스 대책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특히 올해 들어서도 의류업체 및 대학을 고객사로 확보했는데 철수를 앞두고 이같은 행동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서비스를 제3의 업체로 이관한다고 하더라도, 제품의 특성상 내부 직원만큼 원활하게 서비스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났다.
현재 유니시스의 메인프레임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는 수협과 은행연합회만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외에 고성능 x86서버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있다.
이중 대형 메인프레임으로 고객사인 수협과 은행연합회는 이미 다운사이징을 결정하고 현재 차세대시스템 오픈을 준비 중이다.
수협의 경우는 이르면 2011년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오픈 전까지는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고수해야하기 때문에 장애 발생시에는 다소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유니시스와 일정기간 동안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원래대로 한국유니시스에 책임을 묻겠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의 경우도 현재 3단계에 거쳐 차세대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신용부문 차세대시스템에 구축되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존 유니시스 메임프레임에서 IBM의 유닉스 시스템으로 결정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유니시스 측으로부터 철수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유지보수 조직을 별도로 둘 것으로 통보받았기 때문에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유니시스와 계약을 체결한 몇몇 기업들의 IT 관계자들은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철수를 앞둔 업체의 제품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윗선에서부터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걱정했다.
한편 한국유니시스 노조 측은 “이번 철수방침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흘러나온 매각설로 고용 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그해 8월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하는 와중에 이번 철수 방침이 발표된 것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원칙 선언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체교섭 중에는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발표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사측의 행위를 비난했다.
현재 회사 측이 밝힌 철수 이유는 향후 시장 전망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한국유니시스가 지난 39년간 국내 사업을 하는 동안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과 2001년 딱 두차례인데, 이것 역시 실적과는 상관없이 미국회계기준과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한국유니시스 노조 47명은 약 8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은 영문홈페이지 http://www.unisyskorea-laborunion.com를 마련해 사측의 행위에 대해 알리고 있다.
한편 아래는 한국유니시스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이다.
<성 명 서>
사측은 무책임한 철수계획을 철회하고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유니시스(주)는 1971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로, 40년 가까이 한국IBM과 함께 메인프레임 시스템의 강자로서, 국가 경제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으며, 한 두해를 제외하고는 연매출 1000억을 웃도는 등의 사업호조로 막대한 액수의 흑자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유닉스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탈 메임프레임”등의 IT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상의 실책을 근로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유니시스 노동조합은 2009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수차에 걸쳐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현 경영진과 마주앉아 성실하게 진행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요구로 사측에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자 노력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은 2차례에 걸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조정과 정부가 제시하는 권고안에 대해서 전 조합원의 양보를 이끌어내면서 지노위의 권고안을 수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지노위의 권고안 마저도 무시한채, 2010년 2월 23일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 본사직원 및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나타난 한국유니시스의 강세호사장은, “2010년 말까지 한국지사 철수합니다”…라는최고 경영자라는 사람의 입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던졌습니다.
이말은 자신은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란 무책임한 발언이며, 또한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회사의 주인인 노동자에게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로, 노동조합은 치를 떨어야만 했습니다.
전 직원에게 “철수나 매각은 절대 없습니다. 믿어 주십시요.”라는 말을 수차례 강변해 왔던 터라, 수십년에 걸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온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근 몇년간의 매출액 및 이익 감소와 향후 경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같은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철수를 결정하였다는 것은 국내의 100여개 고객을 완전히 무시하는 다국적 기업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작태에 조합원 모두는 노조위원장의 피맺힌 외침과 처절한 조합원들의 떨리는 목소리들을 뒤로한 채 일말의 희망조차도 뿌리채 뽑혀 버린채 그자리에서 뛰쳐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피도 눈물도 없는 강세호사장은 임원 및 몇 안되는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철수선포식을 강행하였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흑자를 도외시 한채 어려워진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덮어 씌우려는 몰지각한 행동을 보면서 지난 몇년간 임금 인상없이 과잉충성까지 보이면서까지 전세계의 유니시스 노동자들이 고통분담한 시간을 돌이켜보니, 경영상의 실책을 전적으로 힘없는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작태에, 본사가 강조해 왔던 “ONE UNISYS” 라는 표어가 정녕 무엇이었던지 다시금 궁금할 따름입니다.
회사가 시행해 왔던 취업규칙마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지사철수를 발표하고 교섭에는 더이상 응하지 않고 있어, 노동조합은 전 조합원을 믿고 회사측이 일방적인 철수계획을 철회하고 고객지원등을 위한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요구안을 반드시 관철시키는 날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합니다.
2010년 2월 26일
한국유니시스 노동조합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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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니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표 한사람이 지사철수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