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29 12:26
엄마의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채연이에게 해주는 말!
엄마, 아빠 결혼하고 한달동안 정신없이 집들이 하고 있었다. 거의 토요일, 일요일에는 집들이만 한거 같다. 한 10번 정도 한거 같은데. 아니면 말고.
어느날 마트에 집들이 장을 보러 갔는데, 속이 울렁거린다. 아빠한테 얘기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렇게 집에 와서 집들이 준비를 했다.
엄마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라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 결혼식에 와주신 분들께 대한 예의 같아서 열심이 집들이를 했지.
근데 그때 벌써 채연이가 엄마한테 왔었나봐. 그래서 엄마가 속이 울렁거린 거였어.
결혼한지 한달좀 지나 채연이가 엄마 뱃속에 생겼어.
엄마는 회사에 일이 많아 야근이 너무 많았거든. 채연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10달내내 거의 9~10시 까지 일을 했으니깐. 그렇게 일하고 집에 오면 그냥 기절해서 잠만 잤던거 같다. 아침이 되면 또 출근하고... 그렇게 10달을 보내느라 태교도 못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채연이에게 많이 미안하네.
채연이 가지고 한 7개월 때쯤 회사에서 길건너 거래처에 가다가 은행 쪽에서 공사를 하더라. 엄마가 엘리베이터가 열려 뛰어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전선 줄을 위로 올리는 바람에 엄마가 걸려서 넘어졌지 뭐야.
넘어지면서도 엄마는 배를 부여잡고 무릎과 팔꿈치로 떨어졌지.
엄마는 우리 아기가 다쳤을까봐 너무 당황스러웠어. 팔이랑 다리랑 정말 아픈데 그때는 그 생각은 안들고 아기 생각 밖에 안들더라. 대단한 모성아니냐? 채연아!
그렇게 회사에서 걱정 하면서 다시 일을 하는데 채연이가 엄마 배 속에서 움직이지를 않는거야. 당장 병원에 가야 했지만 엄마는 하고 있는 일 마무리 하고 퇴근했어. 일하면서도 채연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무척 걱정이 되었지.
그날 집에 가면서 아빠한테 전화를 했지. 아기가 놀지 않는다고...
그 때 아빠는 술을 먹고 있었다. 미워 죽겠어. 마누라는 배불러서 일하러 다니는데 집에 일찍 들어올 생각은 안하고 술이나 먹고...
아빠랑 밤 11시 쯤에서 병원에 전화하고 가서 진찰 받았는데, 다행히 채연이가 엄마 뱃 속에서 놀란 거 같구나. 근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여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집으로 왔지.
채연아, 미안해. 그 때 많이 놀랐지? 기억나니?
부서회식이 있어서 부서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술한잔
하고 있었다.
엄마한테 갑자기 전화가 와서 지금 태동이 없다고 그리고 배가 이상하다고 언제 그랬냐고 물어보니 회사에서 그랬다고 한다 근데도 회사에 앉아서 일하다니.. 아빠가 엄마한테 뭐라고 한마디 했다.
회식자리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시간에 엄마를 바로 나오도록해서 그 택시 편으로 병원에 도착하고 검진을 받았다. 아기 이상이 없고 태동도 정상이라는 말에 안도했었지
집에와서도 엄마에게 뭐라고 했었지만 미워서 그런게 아니고 바로 병원에 안갔던 생각에 화가 나서 그랬지 뭐..
그래도 채연이가 건강하니 안심..
채연아 잘 자라거라